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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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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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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편식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1년에 500억을 급식 잔반을 처리하는 데 쓴다. 더 큰 문제는 날이 갈수록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나오는 잔반의 양은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뿐 아니라 편식은 성인에게도 큰 문제다. 국방부 보도에 따르면 군대에서 버려지는 음식은 1년에 11만 톤이나 된다. 이 문제 역시 장병들의 편식이 원인이다. 시간이 지나면 편식이 자연스럽게 고쳐질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평생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을 하는 군인들조차 편식 때문에 음식을 남긴다면 편식 문제는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정부는 조사를 통해 편식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디에서부터 꼬인 식습관의 매듭을 풀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다. 정말 편식은 바꿀 수 없는 식습관일까? 


나 역시 식습관에 관심을 갖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채소를 잘 먹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채식을 하는 자녀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편식이 당연한 현상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첫째 아이(9살)가 제일 좋아하는 채소는 당근이고, 둘째 아이(5살)는 된장찌개에서 두부보다 버섯을 먼저 건져 먹을 정도로 버섯을 굉장히 좋아한다. 두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은 모두 또래 아이들 대부분이 싫어하고 심지어 어른들에게도 호불호가 나뉘는 음식이다. 어떻게 아이들의 입맛이 성인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아이들이 채소를 좋아하는 식습관을 갖게 하기 위해 했던 일은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채소를 먹고 즐기는 것뿐이었다. ‘아이들이 채소를 먹고 즐긴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릴수록 채소를 더 잘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음식에 대한 편견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입맛은 마치 어떤 음식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하얀 캔버스와 같다. 아이들은 늘 세상을 탐구하고 싶어 하는데 채소의 다양한 색깔과 모양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일까 처음 보는 채소를 맛볼 때도 머뭇거리지 않는다. 얼른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싶은 마음에 일단 먹어 본다. 자신이 이 음식을 더 먹을지 말지는 그다음 문제다.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 같아 보인다. 


특히 아이들이 음식에 대해 호기심을 강렬하게 느낄 때는 나와 아내가 아이들 앞에서 낯선 음식을 맛있게 먹을 때였다. 나는 종종 아내와 쌈 채소와 쌈장만을 반찬으로 놓고 식사를 했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 두 사람이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스스로 손을 뻗어 나와 아내가 먹고 있는 쌈 채소를 가져가 맛보기 시작했다. 나와 아내가 맛있게 쌈 채소를 먹으면 먹을수록 아이들도 똑같이 쌈 채소를 먹고 즐겼다. 


나는 아이들이 채소에 호기심을 가지고 맛보며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의 식습관 형성에 부모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아이들의 식습관의 90% 이상은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의 식습관에 대해 부모가 얼마나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지에 따라 그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 선택에 영향을 주는 주체가 부모에서 친구 그리고 주변 환경으로 바뀐다. 아이의 식습관이 부모의 영향에서 조금씩 멀어질수록 아이에게는 스스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점차 높아지는데, 이때부터는 부모가 아이의 잘못된 식습관을 바로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현재 첫째 딸은 스스로 학교에서 채식을 한다. 학교에서 채식 식단을 따로 제공하지는 않지만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서 자유롭게 식사를 하고 있다. 딸은 나에게 학교의 급식 식단에는 채소 반찬과 과일이 자주 나와서 식사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부모로서 혹시라도 학교 급식에서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적게 나오면 식사를 대충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그런 우려와는 달리 담임 선생님은 “아이가 채식을 하지 않는 보통의 아이들보다 식사량이 더 많은 편이고 반찬도 거의 남기지 않아요.”라고 했다. 나는 식사에 대한 이런 아이의 태도가 평소 집에서 쌓아 온 식습관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식습관은 타고난 행동이 아닌 ‘학습된 행동’이다. ‘학습된 행동’이란 얼마든지 재학습을 통해 기존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기억해야 할 것은 교육을 시키는 주체가 바로 부모 자신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음식을 배운다. 다시 말해서 아이들의 편식은 사실상 부모가 가진 식습관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부모가 주체가 되어 자녀와 함께 올바른 식습관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부모의 식습관은 아이들이 닮는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채식을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보여 주자. 혹시라도 부모조차 채소에 익숙하지 않다면 아이들과 함께 건강한 식습관을 만드는 계기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부모가 채식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채식을 자주 노출하면 아이들에게 새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둘째, 간식을 통제해야 한다. 식사 2시간 전엔 절대로 과일 외엔 다른 간식을 줘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는 1980년 이후 가공식품의 과도한 공급으로 식사로 정형화되어 있던 식습관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음식 문화를 그대로 답습한 지 오래됐다. 요즘 부모들은 아무 때나 아이들에게 간식을 권할 때가 많다. 식사 전에 입맛을 해치는 행위는 식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품질 좋은 영양소 섭취를 방해하고, 식사에서 섭취하지 못한 부족한 칼로리를 고칼로리의 가공식품에서 얻게 만든다. 식사를 거르는 것만큼 나쁜 식습관은 없다. 


마지막으로 식습관을 바꾸는 골든 타임은 늘 ‘지금 이 순간’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아이들의 식습관을 지도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빨리 식습관을 바꾸도록 재촉할 필요는 없다. 식습관의 변화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다. 천천히 나물 같은 식물성 식품의 섭취 비율을 늘리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이들의 식습관이 바뀔 수 있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때론 칭찬도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채소와 과일을 즐기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다. 음식은 정서와 연결된다. 어릴 때 좋은 기억이 있는 음식은 잘 바뀌지 않는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 줘야 할 유산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식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식습관은 평생의 건강을 좌우하는 내 몸의 나침판이다. 잘못된 식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바로잡기 어렵다. 오직 부모만이 잘못된 식습관을 바로잡을 수 있다. 올바른 식습관이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이다.



​홍승권 ​채식 요리 연구가,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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